두 정부 모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 때는 2008년 11월~2009년 3월 사이 최고 1570원대까지 치솟았고,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2026년 중반 1550원 전후까지 올라갔다. 표면적으로는 비슷한 고환율 국면이지만, 원인과 정책 대응, 경제 기초 여건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1. 발생 원인과 성격의 차이
이명박 정부 시기
고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리먼 브라더스 파산)에서 비롯된 유동성·신용 위기였다. 외국 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고, 국내 은행의 단기 외화부채가 문제되면서 달러 수요가 폭증했다. 환율이 연초 대비 60% 이상 급등한 것은 시장 자체가 붕괴 직전까지 갔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도 실제로 감소 압력을 받았고, ‘제2의 외환위기’ 논란이 불거질 정도였다.
국내적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 직후 ‘747 공약’(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앞세우며 성장 우선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을 시장에 온전히 맡기는 나라는 없다”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시장에 고환율 용인 신호를 보냈다. 정치적으로는 보수 정권 출범에 대한 기대와 함께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이 공존했다. 야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고환율로 서민 물가만 올린다”는 비판이 거셌고, 키코 사태로 중소기업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치적 공방이 치열해졌다.
국외적으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국면이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사실상 동결됐고, 달러 유동성이 전 세계적으로 말라버렸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긴급 구제금융을 쏟아붓는 상황이었고, 유럽에서도 금융기관 연쇄 부실 우려가 커졌다. 국제 정치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금융 패권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단기 외채 비중이 높아 특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정부 시기
고환율은 성격이 다르다.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물 기초는 탄탄하다. 주요 원인은 국내 주식시장(특히 반도체)의 급등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오르면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펀드 내부 한도를 초과하자, 차익 실현과 함께 달러를 환전하는 수요가 몰렸다. 여기에 강달러와 중동 분쟁에 따른 원자재 불확실성이 가세했다. 즉, 위기가 아니라 ‘호황 후의 자금 재배치’가 핵심이다.
강달러: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태.
국내적으로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곳’ 원칙과 함께 반도체·AI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주식시장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급등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리밸런싱이 시작된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진보 정권 출범 1년 차를 맞아 부동산 정책과 물가 대응에 대한 여론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야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고환율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기초 체력을 강조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¹ 리밸런싱: 투자 포트폴리오의 자산 비중을 원래 목표 비율에 맞게 다시 조정하는 행위.
국외적으로는 미국이 여전히 고금리·강달러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원자재 시장을 흔들고 있었다. 이란·이스라엘 관련 분쟁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달러 수요가 늘었다. 국제 정치적으로는 미·중 기술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했지만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에는 여전히 노출돼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국제 금융시장이 붕괴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정학과 원자재 리스크가 환율을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외부 충격이었다.
요약하면, 이명박 정부 시기는 ‘글로벌 위기 + 국내 단기 외채 취약성 + 성장 우선 정책 신호’가 결합된 위기형 고환율이었다. 이재명 정부 시기는 ‘국내 자산시장 호황 후 외국인 자금 재배치 + 강달러·중동 원자재 충격’이 결합된 조정형 고환율이다. 전자는 생존의 문제였고, 후자는 호황의 관리 문제에 가깝다.
2. 정책 대응의 차이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고환율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신호를 보냈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을 시장에 온전히 맡기는 나라는 없다”, “성장 중심” 발언을 반복하며 시장에 고환율 기대를 심었다. 이후 위기가 심화되자 태도를 바꿔 적극 개입하고, 미국·중국·일본과 총 9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확보했다. 위기 대응형·대규모 안전망 구축에 무게를 뒀다.
이 대응의 결과는 양면적이었다. 통화스와프 체결 직후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락하며 시장 심리가 진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외환보유액 감소 압력도 완화됐고, ‘제2의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극단적 우려는 차단됐다. 그러나 초기의 고환율 용인 신호가 이미 시장에 강하게 각인된 상태였기 때문에 변동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009년 초까지 환율이 다시 1500원대를 넘나들며 출렁였고, 키코 사태처럼 환율 헤지에 실패한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고환율이 수출 대기업에는 단기 이익을 안겼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서민 생활비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도 뚜렷했다. 결과적으로 위기 자체는 넘겼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은 상당 기간 남았다.
이재명 정부는 ‘일시적 현상’으로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통령과 경제팀이 반복해서 “외국인 리밸런싱 때문이며, 주가가 안정되면 환율도 진정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큰 상황에서 대규모 위기 대응보다는 시장 심리 안정과 변동성 관리에 치중한다. 직접적인 대규모 개입이나 신규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 대응의 결과는 아직 진행 중이다. 2026년 중반 155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이후 일부 진정되며 1400원대 후반~1500원대 초반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강조한 대로 외국인 리밸런싱이 일단락되는 국면에서 급등세가 둔화된 측면이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물가 대응 조치가 병행되면서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대에서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환율이 구조적으로 낮아진 것은 아니며, 중동 분쟁과 강달러 압력이 남아 있는 한 재상승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다. 대규모 위기 대응을 자제한 대신, 서민 체감 물가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태로 남아 있다. 기초 체력이 탄탄하다는 판단이 맞아떨어지는 부분과,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의 누적 비용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요약하면,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위기 차단에는 성공했지만 초기 신호와 변동성 관리 실패로 부작용을 키웠다. 이재명 정부의 대응은 위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고환율의 지속 가능성과 서민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채 진행 중이다.
3. 경제적 파급과 구조적 여건
이명박 정부 때는 고환율이 수출 기업에 단기 도움이 됐지만, 수입물가 급등과 중소기업·서민의 비용 부담을 동시에 키웠다. 키코 사태처럼 환율 변동성 헤지에 실패한 기업들이 대거 피해를 입었고, 물가 상승이 가계를 압박했다. 위기 상황에서 나온 고환율이었기 때문에 경제 전반의 충격이 컸다.
수출 측면에서는 원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일시적으로 개선됐다. 특히 자동차·조선·전자 등 주력 수출 업종은 달러 표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물량 확보에 유리해졌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자체가 금융위기로 급감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출 증가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수입 측면에서는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이 원화 기준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원유·철강·부품 수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국내 제조업 원가 부담이 커졌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 물가로 전가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내수 소비가 위축됐다. 수입 물가 상승과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가계 실질구매력이 떨어졌고, 유통·서비스 업종도 타격을 받았다. 키코 사태로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환차손을 입으면서 국내 금융시장과 기업 신용에도 추가 충격을 줬다. 결과적으로 수출 대기업은 단기 완충 효과를 봤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내수 기업과 가계는 비용 폭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재명 정부 시기에는 수출 대기업(특히 반도체)이 환율 상승으로 원화 환산 수익을 보는 구조가 여전하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 결합되면서 생활물가와 서민 체감 물가에 직접 타격을 준다. 공식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할 때 생활물가가 더 높게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된다. 기초 여건이 탄탄하다는 점이 이명박 정부 때와 가장 다른 점이지만,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과 원자재 의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수출 측면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호황이 환율 효과를 증폭시켰다. 달러 표시 수출 대금이 원화로 환산될 때 수익이 커지는 구조가 대기업 실적에 반영됐다. 그러나 수출 증가의 주력이 특정 업종에 집중되면서 전체 수출의 질적 다변화는 제한적이었다. 수입 측면에서는 중동 분쟁으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고환율이 겹치면서 에너지·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불어났다. 석유류 물가가 20%대 후반까지 치솟고, 수입 식품·중간재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생활필수품과 연료 가격이 바로 가계 지출을 압박했다. 공식 소비자물가가 3%대를 기록할 때 생활물가지수는 그보다 높게 나타나며, 서민의 체감 부담이 더 크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내수 소비는 명목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질구매력 저하로 회복 속도가 더뎠다. 기초 여건이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훨씬 튼튼하다는 점이 위기로의 확산을 막았지만,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결합된 비용 상승 압력은 내수 전반에 지속적으로 작용했다.
요약하면,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위기형 고환율이 수출에 제한적 도움을 준 대신 수입 비용과 내수 충격을 극대화했다. 이재명 정부 시기에는 수출 대기업의 환산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원자재·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이 생활물가와 내수 소비를 직접 압박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두 경우 모두 고환율의 혜택은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고, 비용 부담은 수입 의존 부문과 가계에 전가되는 비대칭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4. 종합 평가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은 ‘위기형’이었다. 글로벌 충격으로 시장이 붕괴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대규모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재명 정부의 고환율은 ‘호황 후 조정형’에 가깝다. 주식시장 급등과 외국인 자금 흐름, 원자재 충격이 겹친 결과로, 정부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시장 자율에 더 무게를 둔다.
두 경우 모두 고환율이 서민의 생활비를 직접 압박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원인과 정책 철학, 경제 기초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파급의 깊이와 지속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위기 탈출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재명 정부에서는 호황의 과실을 지키면서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과제다. 어느 쪽이든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결국 물가와 가계 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시기 환율·위기 관련
- 2008년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10년 8개월 만)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081125/8662350/1
- 2008년 환율 급등 결산 및 ‘제2 외환위기’ 논란 https://www.hankyung.com/article/200812301805g
- 노무현·이명박 정부 환율 움직임 비교 (한은 국정감사 자료) https://www.yna.co.kr/view/AKR20110926179100002
- 이명박 정부 고환율 정책·강만수 장관 발언 관련 비판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mp.aspx?CNTN_CD=A0001426972 https://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601
-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및 효과 https://www.imaeil.com/page/view/2020032022025247391 https://www.chosun.com/english/market-money-en/2026/01/19/2DR5S7Z52BFE7G5IH47YYXF7PY/
이재명 정부 시기 환율 관련
- 2026년 원·달러 1500~1550원대 상승, 외국인 리밸런싱 진단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625001042 https://m.joseilbo.com/news/view.htm?newsid=569615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526000495
- 이재명 대통령 환율 관련 발언 (일시적 현상, 리밸런싱) https://www.ytn.co.kr/_ln/0101_202606081247453018 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605271105458627
- 고환율과 물가·서민 부담 연계 https://www.moef.go.kr/com/cmm/fms/FileDown.do?atchFileId=ATCH_000000000032108&fileSn=2 https://eiec.kdi.re.kr/policy/callDownload.do?num=285058&filenum=1&dtime=2026080415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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